“죽지 않고 사라질 존재들을 위하여!” 아흔둘 노배우가 남기는 한국영화 100년사의 기록들 “이제 내가 나이 아흔을 넘었으니 살아봐야 얼마나 더 살겠습니까. 그저 남은 거 다 베풀고 가면서 인생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싶어요. 나중에 내 관 속에는 성경책 하나 함께 묻어주면 됩니다.” 1960~70년대 은막을 주름잡았던 원로배우 신영균이 인생 말미에 띄우는 편지다. 《엔딩 크레딧》은 한국영화 100주년을 기념하여 중앙일보가 기획하고 2019년 11월부터 5개월 가까이 연재한 ‘빨간 마후라 신영균 남기고 싶은 이야기’가 바탕이 되었다. 2020년 현재 아흔둘을 맞은 신영균은 서울대 치대를 졸업하고 결혼 후 치과의사로 생활했지만, 어린 시절부터 품었던 연기에 대한 갈망을 누를 수 없어 연극 〈여인천하〉 무대에 올랐다가 조긍하 감독의 눈에 띄어, 1960년 영화 〈과부〉로 영화계에 데뷔했다. 서른둘 늦깎이 신인이었으나 데뷔 2년 만에 영화 〈연산군〉으로 제1회 대종상 남우주연상, 〈빨간 마후라〉로 제 11회 아시아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연기파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1978년 배우로서 잠정 은퇴하기 전까지 300여 편의 영화를 찍으며 한국 영화계를 이끌었다. 배우 시절부터 금호극장, 명보극장을 인수하고 명보제과를 직접 운영하는 것은 물론, 신스볼링, 한주흥산 등을 설립해 사업가로서도 뛰어난 면모를 보였다. 연예계 최고 자산가로 이름난 신 씨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으로 꼽힌다. 2010년 명보극장(현 명보아트홀)과 제주신영영화박물관 등 500억 원 규모의 사유재산을 한국 영화 발전에 써달라며 쾌척해 화제가 됐다. 모교인 서울대에도 시가 100억 원 상당의 대지를 발전기금으로 기부했다. 책에는 기사에 싣지 못한 1960~70년대 한국영화계의 정사와 야사, 기억해야 할 영화와 영화인들의 이야기는 물론, 원로배우 신영균이 걸어온 삶의 기록이 사진과 함께 풍성하게 담겼다.

인연 중에만남의 인연 중에 혹여 너는 아닐까함박눈 곱게 쌓인 영롱한 햇살같은천사를 기다리며 찾으려 애썼지만인간의 삶이란 동물적인 체험 중에야수적 근성을 품었다는 느낌이다좋은 시절 다 지나 이제야 돌아보니많이도 휘둘리며 살아왔던 세월은잡식한 체험이 영혼의 성장이라는어쩌면 걸맞는 인생길은 아니었나나를 강하게 단련해준 출연진에게고생 참 많았다는 고마움을 전한다사후에는 영혼들이 천사로 산다만은지상에서 찾겠다는 고달푼 생각으로엉뚱하게 나 또한 사연이 많았으나인간 틈에 천사는 생존할 수 없음을이제야 내가 알듯 너도 긍정하리라

꽃망울매 하루의 탐욕으로 화초가 자라고두어 달의 욕망으로 꽃망울을 맺습니다터질 듯 무르익어 한계를 느꼈을 때품었다고 내 것이 아님을 이해합니다망울망울 꽃망울이 피어납니다감미로운 꿀향에 범나비 춤을 추고삼라의 생명들은 사랑을 전합니다꽃은 알았습니다 살아가는 이유를

낙원 천국창조주의 빛을 받아라그대의 심장에 가득 채워 줄그리스도 의식이 내려왔노라성배의 잔을 들어 축복하여라헬리오스 가이아 대천사께서너희를 지극히도 사랑하시니낙원천국 천 년을 살게 되리라천진 난만한 아이의 모습으로순진 무구한 어린이의 눈빛으로꽃무지개 그네를 타고 놀면서하나가 됨이란 그런 것이다준비는 되었는가시간이 충분치는 않다만그렇다고 늦지도 않았느니그대여 때가 왔노라창조주의 빛을 받으라

나는야 간다 멈출 수가 없어라 머물 수가 없어라 흘러 흘러 어디로 또 어디로 강물결 넘실넘실 바다로 간다 바람에 일렁일렁 구름을 타고 나는야 따라간다 섬으로 간다 누군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 한껏 햇살에 부풀어 올라 멈출 수가 없어라 머물 수가 없어라

신영균 시인은 2011년에 서울시가 주관한 ‘지하철스크린도어 시’ 시민 작품 공모에 선정된 후 월간 시(see) 등에 신작을 발표해왔다. 전 세계 유일한 ‘시민시 미디어’로 주목받고 있는 스크린도어에 시를 발표함으로써 시작활동을 꽃피운 첫 번째 시인인 셈이다. 신영균 시인은 자유시와 시조의 영역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면서 거침없이 자신의 정서를 쏟아내고 있다. 시인의 자유롭고 이념 해체의 초월적 사유의 시편들은 현대사회의 복잡한 구조 속에 갇혀 있는 도시인들의 마음을 열어주고 치유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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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현달 안개 젖은 상현달은 내 사랑이 타고 오는 배 황포 돛을 높게 올리고 별바람을 품에 안고서 남쪽 하늘 내 가슴으로 뱃머리를 몰고 오면 동쪽 너를 찾아 떠나는 아스팔트 길 위에서 너를 보았네 너를 보았네 내 사랑이 저기 오네 안개 물든 하현달은 내 사랑이 타고 가는 배 돛도 없이 바람도 없이 별무리를 따라가는데 서쪽 하늘 내 그림자 뱃머리를 돌려가면 남쪽 너를 찾아 떠나는 아스팔트 길 위에서 너를 보았네 너를 보았네 내 사랑이 저기 가네 아침 햇살을 기다리며 신영균

우주의 전설이 쏟아지는 은하수 가이아의 꿈 속으로 별빛이 흐르고 황금색 오라의 띠가 챠크라를 엽니다 이제 마음과 하늘이 소통합니다 생각의 에너지가 공명을 일으키며 오늘도 꿈의 낙원은 오색으로 물듭니다 태양이 뜨고 초목이 무성하고 낙엽은 지고 하얀 눈이 쌓였습니다 사계절 대지의 신은 이제 당신입니다 괜찮습니다 이번 생은 이렇게 다음 생은 저렇게 신을 닮아가는 영적 체험입니다

북소리 둥기둥 둥기둥 둥기 둥둥둥 우주의 밤바다 수평선 너머 흑의홍상 여인들이 꽃춤 춘다 살랑살랑 흔들리다 파도에 서서 칠흑의 어둠을 일거에 쓸고 가니 해와 달이 따라가며 대북을 친다 쿵쿵쾅 쿵쿵쾅 뚜닥 쿵쿵쿵 은하의 별무리 지평선 너머 황의홍상 여인들이 장구를 메고 방실방실 뛰놀다 괭과리 치니 깜짝 놀란 잡귀들이 도망을 가고 옷고름은 덩실덩실 나비춤이다 당기당 당기당 당기 당당당 꽃봄을 기다리며 신영균

산에 오르니 산에 오르니 바위틈엔 솔나무 하나 살만하신가 물어보니 생각해 본 적 없다하며 그냥 쉬었다 가라 하더이다 산에 오르니 하늘에는 방랑구름 한 조각 평안하신가 물어보니 있음과 없음이 하나이니 평안과 고생이 똑같다 하더이다 산에 오르니 만나면 좋은 사람 언제 또 만날까 물어보니 만남과 헤어짐도 하나라며 그냥 웃기만 하더이다 꽃동산에 앉아서 신영균

길모퉁이 떠난 것도 보낸 것도 아닌 세월인데 어느덧 가을 길 밟으며 걸어가는가 울긋 불긋 많던 사연도 낙엽이 지고 골목길 모퉁이에서 햇살을 기다리나 가지 마라 이대로는 미움이 남아있으니 잊으려니 지우려니 낙엽만 쌓여가는데 미움은 애정이고 용서는 사랑이었다 가지 마라 이대로는 지금은 보낼 수 없다 바람 따라 물결 따라 가는 세월인데 어느덧 새벽 서릿길을 밟고 가는가 사랑도 용서도 세월가면 낙엽 지는데 골목길 모퉁이에서 햇살을 기다리나 햇살 좋은 어느 날 신영균

산들바람 산들바람이 왜 가벼운지 너는 아니 갖은 게 없으니 가벼울 수 밖에 갖을 생각도 보관할 생각도 없다 아름다운 별에서 너를 사랑 했으니 그 기억 하나는 영원히 간직하련다 산들바람이 왜 시원한지 너는 아니 잡념이 없으니 시원할 수 밖에 탐욕도 망상도 품지를 않았다 아름다운 별에서 너 하나 사랑 했고 그 기억 그대로 영원히 가져갈 테니 사랑을 했다 너 하나만을 기억 속에 간직하겠다 다음 생에 어떤 인연으로 우리는 또 만나게 될지 알고 싶어라 보고 싶어라 청춘 열차를 타고 신영균

신영균 시집 『ㅎㅎㅎ』. 신영균 시인의 시작품을 수록한 책이다. '인생은 신기루', '불꽃처럼', '고독의 끝에서', '만팔의 편지', '부활의 시작', '청국장', '걱정 마라' 등 주옥같은 시편을 만나볼 수 있다.

영어를 사용하는데 필요한 문법·어휘·문장구조 등을 공부해서 Speaking·Writing·Reading·Listening에 필요한 토대를 확실하게 쌓는 책이다. 수능·토익·토플·토익 Speaking·TEPS등 모든 영어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반드시 보아야 할 책으로, 각종 영어 능력인증 시험이 요구하는 어휘, 문법을 총 망라했으며 이 책 한 권으로 수능문제부터 토익, 토플 등의 문제까지 대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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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집을 내면서 어느덧 완성된 세편의 시집. 그 중에 새가 되어 날고 싶은 시들이 있습니다. 길들여진 새장의 문을 열고 이제 야생의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어딘지 모르는 드넓은 허공에서 다시 내려앉는 활공의 기쁨도 잠시 어둠과 목마름 고독이 몰려옵니다. 내일로 향하는 야생의 밤을 지나 새벽은 너무 춥습니다. 산 너머 아주 먼 곳에서 햇살이 느껴집니다. 해맑은 당신의 얼굴이 보고 싶습니다. 2017년 무더운 여름 신영균